2023. 1. 24. 17:24ㆍ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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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이 2023년을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시작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시장은 계속해서 증시를 위로 밀어 올리며 랠리를 보여주고 있다. S&P 500 지수는 어느새 4000선을 회복했고, 나스닥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올 한 해 시장과 연준의 피 튀기는 심리전이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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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은 5%이익에서 오는 기쁨보다 5% 손실에서 오는 슬픔을 더 크게 느낀다. 이를 손실 혐오(Loss of Aversion) 심리라 한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 이후의 강렬한 상승장의 경험은 손실 혐오를 능가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를 만들었으며, 이 심리가 작년 하반기에 연준이 예상하지 못했던 4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음에도 시장을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Fed의 연설에서 나온 "금리가 어느 정도 제약적인 영역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며, 이제는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발언에 시장이 급격하게 주가를 밀어올렸던 것도 바로 이 FOMO의 심리가 Loss Of Aversion을 넘어서서 작용했기 때문이다. (남들 먹을 때 나도 먹어야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심리가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하고, 완화적인 발언이 나올 것 같으면 미리 매수하는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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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이런 FOMO 심리가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우려하는 한편, 이러한 심리를 잘 이용해서 그토록 바라던 경제 연착륙(Soft Landing)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연이은 FOMO심리에 따른 증시 부양은 아직 미국 경제에 숨겨진 유동성이 풍부함을 암시하는데, 이는 잘못 풀려나오게 되면 물가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연준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지만, 일련의 완화적 발언들을 통해 풀려나오는 유동성을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높은 제약적 금리 수준을 길게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을 누르면서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는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하여 연착륙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아마 연준도 이러한 점을 간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2월 FOMC 연설을 통해 이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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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입장에서도 이런 시장과의 줄다리기 없이 무리한 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단행하는 방식은 너무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지는 아니다. 작년 영국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무리한 금리 인상이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스템 자체를 위협하게 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오히려 양적완화를 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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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강달러와 고금리라는 두 가지 무기를 사용해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하고 있다. 강달러를 통해 수입 물가를 끌어내리고, 고금리를 통해 수요를 억제시키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지는 몰라도, 성장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한 "방패"는 될 수 없다. 연초의 랠리를 통해 보여준 시장의 FOMO심리를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숨어있던 가계의 유동성을 통해 성장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연착륙이 가능할지도 모르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2월 FOMC를 기다려보아야 할 듯하다.
Reference
https://www.facebook.com/ohrang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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