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C 상단과 엔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

2023. 1. 24. 16:23Economics

 

현재는 0.5%에서 BOJ가 국채를 사들여 다시 0.4%대로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를 찍어 눌러놓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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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Bank Of Japan)이 지난달 YCC(Yield Curve Control) 상단을 0.25%에서 0.5%로 올린데 이어, 이를 0.75%로 다시 한번 올려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이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YCC가 무엇이며,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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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C의 시초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방점을 찍은 2011년 일본의 불경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를 들고 등장한 아베노믹스까지 거슬러간다. 아베 정권은 침체기에 접어든 경기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단기 금리를 마이너스로 유지하면서 양적 완화를 통해 연간 80조 엔만큼 장기 국채를 매입했다. 이로 인해 10년 동안 일본의 단기 금리는 마이너스, 장기 금리는 0%대를 유지하면서 예대마진을 확보해 은행 대출을 늘렸고,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 어느 정도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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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BOJ가 채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늘렸고, 이는 채권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게 됨을 의미한다. BOJ의 국채보유량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에 시장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는거 아니냐 하는 우려가 커지게 되었고, 거기다 10년 동안 연간 80조 엔에 달하는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일본 정부가 떠안아야 할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또 다른 위험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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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런 방식의 양적 완화를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달은 일본은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2016년 9월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의 제안으로 연 80조씩 국채를 매입하는 "수량" 타깃의 방식에서 10년짜리 국채의 금리가 0%가 되도록 유지하자는 "가격" 타깃 방식으로 선회했고, 이에 따라 BOJ는 매년 80조에 달하는 국채를 매입하던 방식에서 10년물 국채의 금리를 0%에서 위아래로 0.25%의 상-하한선 밴드를 유지하는 선에서의 국채 매입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뿐 아니라 10년물 장기 금리에도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방식을 YCC(Yield Curve Control)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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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C도입 이후 그럭저럭 유지되던 일본 경제는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5%가까이 올리면서 또 다른 위기를 맞이했다.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장기 국채 금리를 0%대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5% 까지 올라가니 수입물가 상승발 인플레이션이 만성 디플레 국가였던 일본에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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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한 국가부채가 많은 일본에게 곤란한 상황을 만들게 되는데, 기대 인플레를 꺾어놓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부채에 대한 이자부담이 상당한 압력으로 다가오게 되어 복지나 투자 지출에 제약이 생기게 되며, 이것은 필요 이상으로 성장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YCC로 10년물 금리 상단을 최대 0.5%로 막아둔 상황에서 단기 금리만 올리게 되면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발생하며, 이는 은행의 대출을 감소시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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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금리를 올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은 미 연준의 빠른 피벗을 통해 미국 기준 금리가 내려오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 기준 금리가 내려온다면 미-일 기준금리차가 좁혀진다는 것이고, 이는 현재의 부담을 다소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현재 BOJ는 0.5% 상단에서 추가로 상한선을 조정하지 않고 이 선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10년물 국채를 매입하며 버티고 있지만, 4월부로 임기가 만료되는 기시다 내각 이후의 정권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전개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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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에 따른 나비효과이다. 미-일 금리차 확대에 따른 강한 엔화 약세는 작년에 엔을 빌려 달러에 투자한 뒤 환차익까지 먹고 나오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성행시켰는데, 일본이 추가로 YCC 상단을 늘리는 조치를 취하면서 성장을 훼손하더라도 미국 금리를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이 엔 캐리 트레이드의 포지션이 청산될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이 포지션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이며, 청산에 따른 부수효과로 자금이 대거 "달러를 팔고 엔을 사서 다시 돌아가는" 흐름을 만들어 엔 강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 상반기에는 달러뿐 아니라 엔과의 관계까지도 고심해서 보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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