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Euclidean Economics

2023. 1. 2. 21:07Economics

 

 

 

비유클리드 기하학(non-Euclidean geometry)은 직선 밖의 한 점에서 직선에 평행한 직선을 두 개 이상 그을 수 있는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기하학이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제5공리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면서 그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단 하나 존재한다"가 성립하지 않는 공간을 다루는 기하학으로, 쌍곡기하학타원기하학택시기하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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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라는 명제는 해당 삼각형이 유클리드 기하 공간(Euclidean Geometry Space)에 있을 때 성립한다. 만약 곡면과 같은 비 유클리드 기하 공간(non-Euclidean Geometry Space)에서 생각해본다면 삼각형의 세 내각은 270도가 될 수도 있다. 이는 비 유클리드 기하공간에서는 유클리드 기하공간에서의 공리와 정리들을 사용해서 알맞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22년의 경제 흐름을 되짚어 보며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모든 정리와 가정의 근간을 이루는 이 "공간"이 변했다는 것이다. "인플레"로의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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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로, 어쩌면 금융위기 이후로 지난 15년간 시장은 저성장의 국면에서 움직였다. 저성장이나 경기 침체는 디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이 디플레는 물가의 하락, 즉 화폐 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 인플레와 마찬가지로 디플레도 "기대 심리"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지 않을 거야"라는 심리가 하나의 고질병처럼 자리 잡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화폐가치가 오를 것 같다는 두려움이 크면 중앙은행에서는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통해 화폐가치를 밀어내리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15년 전에도 그랬고, 2020년 코로나 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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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의도하지 않은 양적 완화의 역설(Paradox)을 불러왔다. 적당한 수준의 유동성 공급은 자산 가격을 밀어올리고, 가계는 올라간 자산 가격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린다. 이는 기업의 순이익 증가를 발생시켜 투자와 고용을 증가시키고 성장을 키우는 건강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만든다" 하지만, 문제는 이 유동성 공급이 코로나 시기에는 과도했던 것이고, 이로 인해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서 굳이 일을 할 필요 없이 상승한 자산 가격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계가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게 되는 문제를 낳았다.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가계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깨뜨렸고,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은 sticky 한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는 "임금 상승"을 견인했다. 그사이 러-우 전쟁, 중국의 대만 위협등 크고 작은 여러 대외적 이슈들로 인해 일정 부분 가려져 있던 것도 사실이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언급했듯, 인플레이션이 9.1%에서 정점을 찍고 7%대로 내려왔음에도 상당 부분이 공급 쪽에서의 하락이고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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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물가가 지속되게 된다면 연준으로서는 고금리 처방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금리 상한을 올리거나, 고금리를 유지하는 기간을 오래 잡거나, 금리 속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다가오는 2023년에도 이 처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이 지난 여러 차례의 FOMC에서 언급했듯, 성장에 위협이 되더라도 연준은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고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지속적인 고금리 정책이 미국이나 non-US국가, 이머징 국가의 "성장"을 훼손하는 것을 넘어 "국채"와 같은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한다면 연준은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이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시장이 Buy the Dip 심리를 유지한 채 달려들어 자산 가격을 도리어 높여버린다면 이 또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연준이 원하는 그림은 아니기에, 금리를 완화적으로 건드리는 결정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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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의 디플레를 우려하던 상황을 "유클리드 공간"에 비유한다면, 높은 물가와 함께 인플레 기대 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비 유클리드 공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 비 유클리드 공간에서는 유클리드 공간에서 적용되었던 정리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연준은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 있으며, 결국 뼈를 깎는 노력 끝내 2%대의 인플레이션으로 끌어내리더라도 한번 Buy the Dip 맛을 본 시장 앞에서 불황기에 무제한 양적 완화를 반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공간에서는 다른 공리와 다른 정리가 필요한 것 처럼. 인플레 국면에서의 경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다른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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