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leman effect (feat. FED)

2023. 4. 2. 08:41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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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VB(실리콘밸리 뱅크) 파산으로부터 시작해서 CS(크레디트 스위스),  DBKGn(도이체방크)를 비롯한 여러 은행들의 위기설이 제기되면서 2008년의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는 쪽과(시장), 전체적인 금융 시스템을 뒤흔드는 리먼 효과는 없다는 쪽의(연준) 의견이 팽팽하다. 논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SVB 파산이 어떤 상황에서 기인했는지와, SVB 정도의 은행이 파산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왜 연준이 "리먼 효과는 없다"라고 주장했는지에 대한 근거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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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는 쉽게 말해서 IT업종의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고, 또 이러한 법인들의 잔여 자금(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투자금 모두를 다 태우진 않는다. 러닝 타임을 위한 잔고가 필요한데, 이를 은행에 예금한다.)을 예금으로 받아 "예대 마진"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를 갖고 있다. 당연히 IT업종의 스타트업에만 베팅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 중소은행과는 다르게 이런 IT기반 스타트업 법인 고객의 비율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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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이 넘쳐나던 코로나 시기에는 IT 업종이 매우 좋았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법인 자본을 SVB에 예치하기 시작했고,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인해 예치된 만큼 대출해 줄 투자처를 찾지 못했는지 SVB는 장기 국채를 담기 시작했다. 즉 "예금으로 당긴 돈으로 장기 국채 투자를 한 것"이다. 이러한 프래질 한 비용구조(이러한 상황에서의 프래질은 장기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예치금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의미할 것이다.)를 가지고 수익을 내던 SVB는 IT 업종의 불황과 함께 위기를 맞이했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장기 국채의 가격은 떨어지고, 유동성이 수축되면서 IT기업들은 파산하거나 예치해 둔 자금을 찾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SVB는 장기 국채의 형태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평가 손실인 상태였고, 수많은 IT 기업들의 출금 요청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하거나 평가 손실을 확정 손실로 바꾸어 자금을 제공했어야 했는데, 이미 이 시점부터 파산은 예견되어 있었다. 

 

 

확실히 정상적인 "은행"주의 차트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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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금융시스템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즉, 중소형 은행 몇개가 파산해도 전체적인 금융 시스템을 뒤흔드는 리먼 효과(Leman Effect)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골자는 금융위기 시점과는 다르게 대형 은행들에 대한 Stress Test가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고, 지급준비금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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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각 대형은행과 / 중소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파생상품이 어떠한 종류로 얼마만큼 쌓여있는지, 그리고 각 은행에 대해 Stress Test가 얼마만큼 수행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블랙 스완이 나타났을 때 과연 감당 가능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정말 충분한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2008년 리먼 사태 때도, 별 문제없고 은행은 건강하다고 이야기하다가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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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시장이 연준을 머리아프게 할 한 가지 약점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전의 연준은 성장을 인질로 잡고 연준을 협박하며 피벗을 요구했다. 성장이 조금이라도 훼손될 것처럼 보이면 부랴부랴 금리를 인하하고 피벗으로 전환하던 연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파월의 모습은 성장이 훼손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모습이고, 시장은 또 다른 인질이 필요하게 된 상황이었는데, 이때 발견한 것이 영란은행으로부터 비롯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안정성이다. 이렇게 계속 금리 올리게 되면 금융 시스템 자체가 불안해질 텐데 그래도 피벗 안 할래? 하고 협박하는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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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준이 FOMC를 비롯한 여러 연설에서 그렇게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피벗으로 전환하기에는 아직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잡히지 않았는데 시장이 "금융 안정성"을 빌미로 자꾸 피벗에 대한 압력을 넣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현재 금리 상태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 얼마전 발표된 고용 지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임금 상승률은 어느 정도 둔화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여전히 고용이 탄탄하고, 이렇게 Sticky 한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주요 요소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를 넘은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충분히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상황인 것이다. 금리와 물가만 보기에도 머리가 아픈데 이제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연준의 상황이 참 복잡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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