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iant Step, 그리고 기대 인플레이션

2022. 6. 25. 15:20Economics

 

연준이 6월 FOMC 회의에서 "Giant Step"이라고 불리는 0.75%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불과 몇 주 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0.75%의 금리 인상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고 했던 것을 뒤집은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0.75%가 올랐다는 사실이 아닌, 연준이 바라보고 있는 현재 경제의 흐름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생각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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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0.75% 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인플레이션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2년 3월 8.5%로 근래 최고조에 달하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CPI: Consumer Price Index)이 22년 4월 8.3%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Peak)을 찍고 내려왔다고 생각했지만, 22년 5월 발표된 소비자 물가가 8.6%를 찍으면서 기존과 같이 0.25%, 0.5% 의 인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준은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을 연준의 가장 큰 목표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성장이 일부 훼손되는 것을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주가가 하락하고, 실업률이 다소 올라가더라도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잡는 것을 연준의 최우선 목표로 둔 것이다.

 

코로나 시대(지금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고 하자)에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거시경제를 움직이는 환경이 오로지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연준이 성장이 주춤한다 싶으면 돈을 풀어 완화하고, 성장이 조금 지나치다 싶으면 완화를 줄이는 방식(긴축을 하는것이 아닌 완화를 줄이는 것이다)으로 어떻게 보면 1차원적인(여기서 이야기하는 1차원적이라는 것은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하나라는 의미이다) 대응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연준은 "성장"이라는 변수 이외에 "물가"라는 변수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즉 "성장은 둔화되는데 물가는 높은"(이 경우를 두고 스태그 플레이션이라 한다) 차원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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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장기화될수록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같이 커진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인플레이션이 사라지기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데, 미래에도 가격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의 가격이 저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이를 반영한 수요층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집값이 10% 올랐지만, 미래에 20%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생기면 빚을 내서라도 10%를 더 주고 집을 사게 되는 것이며, 이러한 거시 경제 규모에서의 기대 심리는 버블을 만들고 소비 계층을 취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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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초반에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빠르게 눌러버리는 것이 중요하며, 이렇게 빠르게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시장이 침체되었을 때 연준이 "양적 완화"라는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물가 상황에서 연준이 완화적 정책을 사용한다면 성장을 훼손시키지 않고 경기 부양이 가능하지만 고물가 상황에서는 연준이 완화적 정책을 사용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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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의 물가 상승을 두고 단순히 코로나 시대를 떠받치기 위한 연준의 양적완화에만 그 책임을 묻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러 - 우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농산물 공급망의 충격과 상하이 공장 폐쇄등으로 인한 전반적인 공급망 문제로 인해 어느 때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다. 연준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7월 FOMC에서도 0.75%의 Giant Step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성장이 어느 정도 훼손되는 그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분간은 성장성보다는 EPS가 중요할 것이며, 거시경제의 흐름에서는 단순히 "몇 % 금리 인상을 했다"의 그림보다 연준이 그리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생각과, 공급망 이슈를 묶어서 같이 보는 게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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