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tellation Business Model and Antifragility

2023. 4. 30. 10:57Philosophy & Thinking

 

CSI Software Business Mo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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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과 여러 비즈니스 모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현실 세계에서 Antifragile 한 비즈니스 구조는 과연 어떤 형태일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고, 관련된 이야기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하다가 CSI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위의 그림에서 보여주듯, CSI라는 회사는 서로 다른 특성들과 도메인을 가진 SaaS 회사를 500개 이상 인수해서 운영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매출이 $5~8B이고 Market Cap은 $50B 정도 된다고 한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 자체를 처음 보기도 했고, 직관적으로 이 회사는 하방압력보다 상방 압력이 큰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꽤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회사를 접하고 거의 일주일 내내 이 모델 (이걸 Constellation Business Model이라 하겠다)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형태가 정확히 이러한 것일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이러한 형태의 모델이 주는 영감들이 있어 이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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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을 접하고 나서부터, 개인적으로는 꽤 거리감이 있는 미래를 예측하고 그 예측에 기반해서 시작하는 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는 예측된 미래의 프래질을 충분히 탐지하지 않고 베팅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좋은 문제를 발견하는데 있어서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 미래가 꽤나 거리가 먼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5년 뒤에 AI기술이 시장의 50%를 차지할 것이라던가, Web3시장의 마켓 캡이 몇조 달러 단위가 될 거라던가 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며 애매한 불안감만을 조성하는 마케팅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로는 이러한 애매한 예측이라는 것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내가 구상하는 서비스들에 대해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채 애매한 불안감만을 남기기 때문이며(5년 뒤에는 AI가 뜰 거니까 우리도 AI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해와 같은 접근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둘째로는 복잡계에서는 어떤 예측을 하기 위해 고려했던 사항들보다 고려하지 못한 사항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측으로 이루어진 구조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사항들에 의해 무너지기 쉬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미래를 예측하고, 내가 예측한 미래에 많은 것을 베팅하기보다는 오히려 상황을 보아가면서 빠르게 대응하는 것, 그리고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들을 잘하는 유능한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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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자연이 역사를 지나온 방식을 생각해보면 조금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자연은 5년 뒤에 이러한 생명체들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논리적인 인과관계로 묶어서 유전자를 설계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여러 변종들을 만들고(이를 가설을 만든다고 비유할 수 있겠다), 그중 가장 생존에 적합한 종들을 남겨 적응시키는 것뿐이다(이를 가설 검증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적합하지 않은 종들은 안타깝지만 폐기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따라서 대자연과 같이 지속가능한 시스템(비즈니스)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여러 변종들을 만들고",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종들은 폐기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종들을 폐기시키는 결정이 쉬워야 하며, 그 비용이 크지 않아야 하고, 시대와 상황에 따라 여러 변종들을 만드는 것이 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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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연선택의 원리가 중요한 교훈을 주는 이유는 때때로 살아남은 종들 중에서는 도저히 논리적으로 이 종이 왜 생존해 왔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무늘보가 그렇다.) 도대체 이 종은 내가 생각했을 때는 장점이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은거지? 싶지만 복잡계에서는 내가 고려할 수 있는 요인들보다 내가 고려하지 못하는 요인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내가 고려하지 못하는 요인들의 조합이 이 종을 생존에 우세한 종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는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지식들을 이리저리 짜맞춰서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때로 중요한 발견은 내가 연역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상적 개념으로부터가 아닌 실제 현상으로부터 출발해서 유의미한 metaphor들을 통해 발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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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점에서 CSI가 지향하고 있는 Contellation Business Models은 내가 지금까지 살펴본 비즈니스 모델 중에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즉 자연선택에 가장 가까운 Antifragile 한 구조를 가진 비즈니스 모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서비스(종)는 과감하게 제거하고 해당 리소스를 새로운 변종을 만드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면 굉장히 이상적인 구조의 자연선택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안에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할 준비를 마쳐보려 한다. 물론 CSI라는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SaaS들을 인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 내가 Constellation Business 모델을 시도한다는 의미는 이 회사를 따라하겠다라는 느낌보다는 여기서 얻어낸 통찰을 바탕으로 현상으로부터 출발해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여러 작은 모델들을 빠르게 시도해 보겠다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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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사람들은 이런 특성이 있고, 이런 것들이 부족하니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될거야 라는 접근들도 작게 시도하지만, 도대체 왜 이런거에 사람들은 돈을 내는 거야? 싶은 모델들, 즉 내가 인과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모델이지만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작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모델들을 발견하고 이를 변형해 보는 것들을 많이 경험해보고 싶다는 바람이다.

 

진정 커다란 사각형에는 모서리가 없다.
진정 커다란 음향에는 소리가 없다.
진정 커다란 형상에는 형태가 없다.
- 노자도덕경

 

Reference

https://insighter050.substack.com/p/1de

https://medium.com/swlh/how-to-build-antifragile-companies-def1219a04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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