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일지 (4월 회고)

2023. 4. 29. 19:01Developer History

 

 

Reading & Thinking

시험기간이 껴 있어서 이번달에는 독서를 많이 못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지 않으면 뭔가 찝찝함이 생기는 경지에 이르렀는지, 그래도 독서를 꾸준히 했다. instagram 계정에 업로드한 것 기준으로는 25권 정도의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다가 이전에 읽었던 것들을 다시 꺼내드는 경우를 포함하면 한 40권 정도의 책을 읽은 것 같다. 나는 지식(knowledge)을 구축하는 데에 관심이 많고, 지식은 정보(information)들의 연결이라고 생각하며, 이 정보는 인식(perception)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식을 잘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인식하는 것과, 이것들을 잘 연결할 수 있는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습관처럼 굳어진 다량의 독서는 많은 정보들을 인식하기 위한 훌륭한 토대가 된다.

 

이번달에는 특히 지식을 "연결"하는 부분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유의미한 한 달을 보냈다. Team Normal(이제 곧 Team Pado가 될 것 같다.) 사람들과 슬랙에서 그날 읽은 책들 중 인상깊은 구절들을 공유하는데, 이때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으면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내 생각을 덧붙여서 올리기 시작했다. 다들 나보다도 열정적이고 지식을 연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보니 자신의 생각을 하나둘씩 얹어가기 시작했고, 진정한 의미로서의 독서에 한걸음 가까워진 것 같아 매우 고무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팀원들과 함께 한 권의 독서를 하는 것은 혼자 3권의 독서를 하고 충분한 사색을 갖는 것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이번달은 생각의 연쇄적인 흐름들이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쉽지 않은 학교 - 회사 - 팀빌딩 - 미팅의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절대적인 컨텍스트가 많아진 것도 한몫하지만, 많은 정보들을 metaphor를 통해 이어가려고 하다 보니 생각이 날아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이걸 따라가려고 하다가 지치는 경우가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해결책 중 하나는 자기 전에 내 생각의 흔적을 그냥 "기록"하는 것이다. 다음날 보면 "정말 날아다니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날아다니는 생각을 잡아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ProblemSolver

문제에 대한 고찰을 작성하면서 느낀거지만 요새 "좋은 문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날아다니는 생각 잡기의 일환으로 이에 대한 고민들을 정리했고 어쩌다 보니 포스팅까지 하게 되었다. https://yeoulcoding.me/383

 

문제에 관한 가벼운 고찰

. 이따금씩 다른 사람들을 만나 나 자신에 대해 소개할 때, 스스로를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바라는 나의 미래의

yeoulcoding.me

 

스스로를 문제를 풀어내는 사람으로 정의하기까지 많은 사고 과정들을 거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것들을 원하고 어떤 것들을 원하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했던 한 달이었다.

 

Study & Midterm

중간고사가 지나갔다. 15학점 수강(시험기간 및 과제) + QANDA Full Time Business + Team Building + Crew 모임을 동시에 진행했던 최근 2달간은 내 인생 중 가장 정신없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종강까지는 앞으로 2달이 더 남았지만, 스스로 정해둔 한계에 계속해서 자극을 가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개인의 성장에 안티프래질 한 속성을 띈다고 믿기 때문에 죽을 것 같이 힘든 게 아닌 이상은 조금씩 더 자극해보려 한다. (어느 정도 까지라는 것은, 특정 임계를 넘으면 건강을 잃거나, 관계를 잃거나 등등 잃는 것이 많아질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도 3월 말 ~ 4월 초에 어느 정도의 건강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후, 가벼운 몸살을 앓고 나니 그럭저럭 스케줄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되었고, 너무 많은 콘텍스트들을 들고 처리해야 하다 보니 하나의 컨텍스트를 처리할 때는 간섭이 들어오지 않도록 휴대폰을 꺼두거나, 혼자 있는 시간들을 많이 만드는 쪽으로 효율을 높였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얻게 된 소득 중 하나는, 어떤 컨텍스트의 일을 하든 "하나"의 일을 한다는 느낌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꽃을 사고, 편지를 쓰고, 옷을 사고, 식당을 예약하는 일은 각각의 행위들을 독립적인 사건으로 간주하게 된다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행위일 수 있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한" 목적 하에서 적절하게 구성된다면 일련의 연관되어 있는 사건들이 되어 각자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테면 노란색 꽃을 사고 이것과 어울리는 흰색 셔츠를 고른 다음, 이런것이 너에게 잘 어울린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작성하고, 이 분위기가 잘 맞는 식당을 예약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각각의 사건의 목적을 달성할뿐더러, 이 사건들은 큰 그림을 달성하는 핵심적인 조각들이 된다. 

 

이를 메타포로 해서, 데이터 통신을 공부하든, 하드웨어 시스템 설계를 공부하든, Team Building을 하든, 책을 읽든, 회사 일을 하든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한 종속사건이 되어 전체적인 효율과 개별적인 효율을 모두 극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각 사건들을 이렇게 이어가는 작업들을 시작했다. 최근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슈퍼스타들이 동시에 5가지 이상의 프로젝트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단점이 있다면 가끔 친한 사람들을 만나면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고장나 버릴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내가 최근 만났을 때, 내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이상해 보였다면 그건 당신을 친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Frontend

프론트엔드 개발은 여전히 재밌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것이 어떤 가치를 가져다주는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GPT가 웬만한 페이지와 로직들을 다 만들어주고, 코파일럿이 주석까지 다 달아주는 세상에서 이걸 잘 사용해서 어떤 것을 만들 수 있는지가 내 경력과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애초에 내 커리어 패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난 그냥 내가 풀고 싶은 문제를 계속 풀고 싶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흥미가 생기는 분야는 "웹"이라는 것 그 자체다. 최근 Fat Protocols와 Thin Applications라는 개념에 빠져 있는데, 웹이라는 분야를 "리액트"와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컴포넌트"를 만들고, 비즈니스 로직이 들어간 "웹 페이지"를 만드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웹이 가진 여러 가능성들을 제한하지 않은 상태로 접근하고 싶다.

 

웹이 주는 본질적인 연결의 가치와 블록체인을 잘 연결하는 것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내 개인적인 소망과도 맞닿아 있어서 계속해서 흥미있게 볼 것 같은 주제이다. 이제 react를 사용해서 페이지를 만들고 로직을 붙이는 것은 흥미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그럼에도 react 자체에 대한 흥미는 여전히 남아있는데, 이것은 react가 제시하는 metaphor가 여러모로 생각을 자극하는 촉진제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쪽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Projects

나와 내 팀원들이 하는 프로젝트와 우리 팀 자체(Team Norml)에 대해서 응원을 보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들에 놀랐다. 사실 막연히 올해 말이나 내년 즈음 해서 슬슬 시작해 볼까 하던 게 주변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내 머릿속에만 머무르던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전달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정말 가슴 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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