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일지 (9월 회고)

2022. 10. 3. 22:27Developer History

 

 

 

전역과 복학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34개월간의 산업기능요원 복무가 마무리되고 22년 9월 14일 자로 복무만료가 되었다. 병무청에서 별다른 안내를 해주지 않아서 만료된 거 맞나? 싶었지만, 병무청 앱을 들어가 보니 "예비군"이라고 표시되어 있었고 그제야 조금 실감이 났던 것 같다. 34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4년 차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어 있는 내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는데, 소개원실 프로젝트에서 가위바위보를 져서 프론트엔드를 선택했고, 결국 이 프로젝트를 이력서에 적어 첫 회사에 취직하게 된 기억을 되살려보다가 문득 인생에서 중요하게 보이는 선택들이 때로는 정말 별거 아닌 이유들로 인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복무가 마무리되는대로 지금 회사에서 맡은 일들을 정리하고 빨리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마무리지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굉장히 재미있다는 점과, 회사 신사업 부서의 프론트엔드 테크 리드로써 더 나은 기술적인 의사결정들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학교에서 같이 배우면서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이런저런 배려들을 해주었고, 덕분에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회사 업무를 같이 병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벌써 조금 있으면 중간고사 기간이다)

 

이번 학기에는 병특기간 내내 부족함을 느껴서, 학습의 필요성을 느꼈던 시스템 프로그래밍과 데이터베이스를 수강 중이다(교양 2과목과 함께). 수업을 듣기 위한 목적으로는 굉장히 오랜만에 학교에 다니게 되는 거라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뭔가 낯설면서도, "배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이 나름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특히 오랜만에 CSAPP 책을 보고 C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 Javascript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굉장히 어색했었다.

 

SysProg Project는 C로, Database Project는 Python으로 진행되고, 프론트엔드 개발은 Javascript로, 서버 코드 파악을 위해서는 Kotlin, API First Approach를 위해서는 protobuf, 그리고 최근 회사에서 인수인계받은 프로젝트는 서버가 Go로 되어 있어서 이번 분기에는 굉장히 많은 언어들을 다루게 될 것 같다. 어쭙잖게 덤볐다가는 이도 저도 안될 것 같아서, 최대한 다양한 언어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잘 구조화해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Backus-Naur Form과 함께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아마 다음 학기에 수강 신청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학업과 회사 업무를 병행하는 것 자체의 강도는 예상했던대로 상당히 높다.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최근 2~3주 동안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체력 소모도 심했다. 회사에서 내가 속해있는 그룹이 신사업 그룹(Adaptive Content)이라 기본적으로 굉장히 바쁜 데다가 테크 리드라는 포지션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많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오프라인으로 출근해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려고 노력했고,  집 - 학교 - 회사 - 집, 혹은 집 - 회사 - 학교 - 집을 하루 동안 반복해야 하는 피로한 일정을 주 4일 소화해야 했는데, 이를 버텨내기 위해 식단과 운동법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기름기와 소금기를 줄이고, 채식과 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바꿨고, 주 3~4회 하던 운동을 주 6회 헬스 + 주 2회 인터벌 러닝으로 바꿨다. 몸이 새로운 운동법과 새로운 생활패턴에 맞추느라 여러번 고장 났었지만, 3주 정도가 지난 지금, 어느 정도는 몸이 균형을 찾은 느낌이다. 그동안 하던 몸 관리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거기서 조금은 더 괜찮아진 느낌이다.

 

React, React, React

reactwg(React Working Group)에 올라오는 글들을 열심히 읽고 있다. 최근에 콴다 팀원들에게 "10월 안으로 React Lane Model과 Scheduler에 대해서 블로그 글을 쓰겠다"고 단단히 약속을 해둔 상태라서  관련된 글들을 찾아보다가 우연한 계기로 Suspense에 대한 여러 글들을 읽게 되었는데 Suspense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React Core Team이 Suspense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서 조금 깊게 파보게 되었다. 

 

Suspense를 파보다가 블로그 글 한두개로는 도저히 내용을 다 담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블로그 글을 4개나 썼다. "선언형 라이브러리로서의 React", "Suspense의 개념적 모델", "Suspense의 대수적 효과(Algebraic Effects)", "Suspense와 SSR" 하지만 정작 Suspense의 Fiber구현에 대한 포스팅은 초고만 작성된 상태라서 이를 설명하는 2개의 포스팅을 마무리해야 Suspense 시리즈가 마무리될 것 같다. 

 

Suspense를 깊게 파보면서 React의 선언적 특성, 대수적 효과, Concurrency와 SSR등에 대해서 다시 한번씩 돌아보게 되었는데, 확실히 내부적인 원리를 깊게 알기 위해서는 근간이 되는 CS 지식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름 34개월 동안 개발을 해오면서 이런저런 경험들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React의 소스 코드를 뜯어보면서 지금까지 굉장히 얕은 깊이로 공부해왔구나 라는걸 느꼈다. 아직 Next 톺아보기는 시작도 못했는데 조금 걱정이다.

 

Economics

거의 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긴 하지만 블로그에 매주 경제 에세이를 작성하고 있고, 이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올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다.) 경제 공부를 한다는 건 단순히 "자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것 같은데, 이런 사실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좀처럼 알기가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비유하자면 뭔가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에세이를 작성할 때, 처음에는 유명한 사람들이나 월가의 리포트를 조금씩 참고해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직접 Fed의 회의록을 찾아보고, 여러 주요한 지표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사고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재무제표를 보고, 기업의 펀더멘털을 분석하는 건 쉽지 않다. 물려있는 내 주식이 그 증거다)

 

 

Philosophy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나.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하는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내 삶을 약간 멀리서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의외로 감사할 것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필요할까. 내가 지금 간절하게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으면 나는 정말 행복할까? 지금 내가 추구하는 걸 추구하다가 당장 오늘 죽는다면,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등등에 대한 답변을 하다 보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멍 때리는 시간이 나름 재밌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요새는 이전 같았으면 별거 아니었다고 넘겼을 것들에 대해 자주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가령 오늘은 오랜만에 맘에 드는 아이패드 배경화면을 찾아서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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