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일지 (9월 회고)

2021. 9. 26. 18:58Developer History

 

 

정신없는 3분기를 보내다 보니 6월부터는 아예 개발일지를 작성하지 못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생각들이 흘러갔던 지난 3달이었기 때문에 명확하게 기록을 남기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기억에 잡히는대로 의미있었던 일들과 앞으로 걸어갈 방향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정리해보고자 한다.

 

 

Next Step

사내 프론트엔드 팀에서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기도 하고, 그전부터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했던 것이기도 하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부터 스스로 정의해야 했고, 이를 고민하는데 오며가며 참 많은 고민들을 했었던 것 같다. 

 

다음 단계를 "좀 더 나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는 것"으로 국한하면 질문에 답변하기가 굉장히 쉬웠겠지만, 스스로가 정말 더 나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있었다. 리액트는 여전히 재미있고, Nextjs도 재밌다. 그리고 개발을 접한 기간이 기껏해야 2년 안팎이기 때문에 여전히 봐야할 개념들도 많고, 사용하지 못했던 기능들 & Under the Hood도 많다. 하지만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의 군 복무 기간이 1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이 이후에도 내가 프론트엔드 개발을 계속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고, 또 그렇게 분야를 제한하고 싶지도 않았다. (매일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없어지는 요즘 세상이니만큼 언젠가는 프론트엔드 분야가 없어질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프론트엔드 안하면 뭐하지?"라는 고민으로 이어졌고, 다양한 여러 방향들이 나왔다. AWS쪽을 깊게 파서 Devops로 전향을 해보자. 제과제빵 기능사를 따서 빵집에 취직하자. 아니면 딥 러닝을 조금 더 공부해서 학부 초기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었던 자율 주행쪽으로 석사를 가보자. 아니면 과외를 조금 더 해보던가 아니면 아예 학원가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쳐보자.

 

고민을 계속하면 계속할수록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생각이 튀었고, 이러한 생각들이 그대로 흘러가고, 또 흘러들어오면서 좋은 생각들이 걸러질 수 있도록 1년여 정도를 더 놓아두기로 했다. 분명 1년 전에도 이런 고민들을 했었고, 그때보다 지금 흘러가는 생각이 조금 더 구체적이고 흥미가 있는 것들이 많아서 귀납적으로 내년 이맘때 쯤이면 더 그러겠지 하는 생각이다.

 

생각은 흘러가는대로 놔두어도 다시 돌고 돌아 새로운 생각들로 돌아오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는 동시에 여전히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가치를 창출해야 하므로 고민을 계속 하면서 이쪽 분야에 시간을 쏟고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다만 조금 바뀐게 있다면 "기술"이 아니라 "가치"를 지향하기로 했다.

 

빠른 렌더링. 좋다. 웹 최적화. 좋다. 다 좋은데 가장 중요한건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가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서비스라고 해도 공감이 가지 않는 서비스, 즉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온갖 기술을 총동원해서 만들고 싶진 않다. 개발을 하는 건 좋지만, "가치 창출"을 위한 개발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치"를 먼저 찾고, 그 가치를 얻어내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라면 어떤 형태든지 배우고 익히고 적용하는게 참된 개발자, 더 나아가서 내가 지향하는 "인간"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있는 곳에 데이터 마이닝 기술이 필요하다면, 데이터 마이닝 기술을 배우면 된다. Image Detection이 필요하다면 딥러닝을 배우면 된다. 디자인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면 디자인을 공부하면 되고, 제빵 기술이 필요하다면 빵 만드는 법을 배우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필요가 생겼을 때 어렵지 않게 지식을 구하고, 학습의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기저 지식들을 평소에 많이 많이 쌓아두어야 할 것이다.

 

Technology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내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들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다. 우선 "가치"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저 지식(여기서의 기저 지식은 일반적인 지식이라기보다는 회사내에서 얻을 수 있는 시스템 구조 등의 기술적인 지식들을 의미한다.)들을 최대한 많이 쌓아두어야 하고, 감사하게도 회사 내에서 쌓을 수 있는 기저 지식들이 참 많다. 우선 프론트엔드 컴포넌트 개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로 웹서버를 회사에서 Deploy하고, 환경 변수를 설정하고, Docker & Kubernetes를 사용해서 배포하고 서버 구조와 연결하는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개선점을 찾아 보려 한다. (기저 지식을 쌓고, 이 지식이 다른 여러 지식들과 연결될 때 가치가 창출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다.)

 

이를 위해 Kubernetes 스터디를 정리하면서 Kubernetes in Action & Docker in Action 책 정독을 시작했다. 책을 한번 읽고 나서 사내의 웹 서비스를 한번 쭉 돌면서 이미지 빌드 타임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 & 웹 서버 로그를 보는 여러 방법들과, 실제로 git push를 하고 나서 프로젝트가 어떻게 디플로이되는지의 Flow를 안내한 가이드 문서를 작성해보려 한다.)

 

또한 읽다가 중간에 멈췄던 이안 굿펠로 선생님의 "심층 학습" 정독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어떤 형태로든 머신에 데이터를 주입하고 이를 해석하고 연산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어서 논문 정리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Reading & Economy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기저 지식들(기술적인) 이외의 요소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적으로 독서에 집착하는 습관을 기르는 중이다. 소설, 인문학, 과학, 기술, 종교를 가리지 않고 흡수할 수 있는 지식들을 가능한 한 많이 흡수해서 연결할 수 있는 점의 개수를 늘리려는 생각이다.

 

특히 인문학에 대해서는 경제를 제대로 공부하면서 "인간"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해보려 한다. 흔히들 경제는 인문학의 집약체라고 한다. 온갖 기술들과 지식들에 인간의 탐욕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경제를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것으로 만들어가는데, 평생을 연구해도 내일 이 주식이 얼마를 향해 갈지를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시장과 이를 떠받치는 시스템은 어떻게 동작하면서 경제를 만들어가는지를 조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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