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능요원 전직 후기

2020. 12. 9. 15:13Developer History

글을 들어가기에 앞서 전직하는 모든 과정들에 도움을 준 여러 동기들과 친구들, 회사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Overview

 

2019년 7월 1일 산업기능요원의 현역 재배정 TO를 받기 위해 강남에 있는 IT 중소기업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직했습니다. 4개월 후인 2019년 11월에 회사가 현역 재배정 TO를 받게 되었고, 1순위 대기자로 입사하여 현역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게 되었습니다. 1년 정도 지나고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다가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2020년 12월 21일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산업기능요원으로, 특히 IT분야에서 복무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보았을 전직(이직)에 대한 저의 고민과 전직하는 전반적인 과정들에서 깨닫고 배운 것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

 

2020년 초 정도부터(산업기능요원은 편입 후 6개월이 지나면 전직 신청이 가능하다) 이직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심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은 스스로가 아직 개발자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느꼈던 점과, 굳이 이직을 해야할까? 라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가 떳떳하게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왜 이직을 하려고 하는가?" "이직을 하면 이직하기 전보다 나아지는 것은 무엇이며, 내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직하고 난 후가 이직하기 전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대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대략 5개월 정도가 걸렸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5개월 동안 회사 내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개발하게 되면서 이직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도 어느 정도 채우지 않았나 하는 판단도 섰었습니다.

 

 

제가 이직하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에, 혹은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가치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개발을 하고 싶다.
- 개발자로서 성장하고 싶다. "잘 돌아가기만 하면 그만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며, 효율적인 코드를 작성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짠 코드가 좋은 코드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자주 피드백받고 싶다. 
- 예술 작품같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고 싶다. 단기간에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빠르게 찍어내야 하는 개발이 아닌, 서로 리뷰하고, 회의하고, 큰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공장에서 만들어낸 듯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
- 경제적으로 여러 지원들을 받으면서 개발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개발하고 싶다. 공부에 필요한 책을 사거나, 강의를 듣거나, 체력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등에 대한 여러 지원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이렇게 조금 구체적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정하고 나니, 어떤 회사를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고, 이어지는 여러 준비들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스스로에게도 중요하지만, 면접을 볼 때나 자기소개서를 쓸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면접관이 되어 면접을 본 경험은 없기 때문에 100% 정확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회사를 옮기려는 확실한 동기부여와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혹은 그런 인상을 주는) 회사에 들어와서 그 동기부여에 부합할 만큼의 퍼포먼스를 내리라고 기대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업기능요원 이직 절차

 

일반인(군인이 아닌)의 경우 이직 절차는 퇴사를 한 후에 회사를 결정하고 입사를 하든, 퇴사하기 전에 미리 다른 회사와 채용 절차를 마무리한 후에 퇴사-입사 절차를 진행하든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산업기능요원의 전직은 엄연히 "군인"의 신분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무청에서 안내한 절차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임의로 전직하게 될 경우에는 편입취소처리가 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편입취소가 되면 산업기능요원으로서의 자격이 상실되며, 현역병으로 입대하여 잔여기간동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병무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공식적인 전직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굵은 글씨로 된 부분이 병무청에서 안내하는 것이며, 다른 부분은 저와 주변인들이 이직할때 따랐던 권장 절차입니다.)

 

 

  • 전직하기로 결심한 후에, 전직을 희망하는 회사에 이력서 제출 및 채용 과정 진행 (전직을 희망하는 여러 군데에 이력서를 넣는 것 권장. 자세한 사항은 하단에)

  • 어느 정도 채용 윤곽이 잡히면 회사에 전직희망 의사를 밝힘.

  • 회사와 협의 후, 관련 서류를 Fax혹은 우편으로 병무청에 제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전직 승인신청서 구비, 전직할 회사에서 채용 동의서 구비)

  • 병무청에서 카카오톡 메세지(혹은 SMS)로 승인 접수 안내 및 승인 결과를 통보. 

  • 승인 처리가 완료되면 그 이후부터는 14일 이내에 새로운 회사 입사

 

 

출처: 병무청 홈페이지

 

 

전직을 준비할 때는 가장 가고 싶은 회사 하나에만 이력서를 내는 것이 아니라, 비슷하다고 판단되는 여러 군데의 회사에 이력서를 내는 것을 권장합니다. 가고 싶은 회사가 100% 나를 뽑아준다는 확신이 있으면 문제는 없지만, 회사에 이미 이직 희망 의사를 통보한 후에 가고 싶었던 회사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희망하는 회사에 합격해 두거나 (합격했다고 해서 바로 다음날 출근할 필요도 없고, 또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최대 4주 정도는 입사를 미뤄주는 것 같습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여러 군데의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여러 회사에 합격해두면, 나중에 연봉협상을 하는 등 처우 협의를 할 때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군데 중에서 선택해서 전직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의 키가 본인에게로 넘어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채용 및 면접 절차

IT기업의 경우 채용시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3~5단계의 절차를 밟습니다. 저는 웹 프론트엔드 분야로 10개 정도의 회사에 지원했으며, 그중에 3년 차 이상을 뽑는 회사 2군데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 서류 전형에 합격하였고, 코딩 테스트 및 과제 전형을 통과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가장 먼저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고, 처우 협의도 제가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잘 진행되어서 이후에 진행될 나머지 모든 2, 3차 면접 절차를 취소하였습니다. 아래의 내용들은 위 절차들을 진행하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사항들을 주관적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개인의 의견이 들어가다 보니 실제 상황 및 회사, 직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류 전형

 

"이력서"전형이라고도 합니다. 가장 먼저 지원자의 개발 이력과, 각종 경력들을 검토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이력서를 잘 작성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력서는 큰 수정 없이 여러 회사에 동일한 이력서를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 잘 작성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개발자로 이력서를 작성할때는 함께한 프로젝트 목록들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어떤 것들을 배웠고, 어떤 기여를 했고, 어떤 것들이 부족했었는지에 대한 경험을 서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스코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면접관들이 이 소스코드를 다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본인이 작성했다고 100% 믿을 수도 없기 때문에, 본인이 프로젝트를 통해 계속해서 성장해왔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딩 테스트 및 과제 전형

 

이 부분은 직군에 따라 굉장히 난이도와 기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프론트엔드 코딩 테스트의 경우 복잡한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보다는 웹 API에 대해, 그리고 자바스크립트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를 주로 냈었고, 과제 전형의 경우 특정한 기간을 주고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몇 가지 페이지를 만들어봐라"라고 요구함으로써, 디자인 패턴과, 언어의 이해도, 디자인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코드를 효율적으로 작성하는지 등을 평가받았습니다. 

 

이 부분은 평상시에 개발을 할 때, "돌아가면 됐다"라는 방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원인을 고민하고, 더 효율적인 코드를 탐구하기 위해 여러 서적을 공부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커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1차, 2차 면접

 

면접의 경우 회사마다 많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기술면접, 적성/문화 면접, 인성면접 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술면접에서는 이력서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에서 경험했던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OAuth로그인을 어떤 절차로 진행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거나, 여러 로그인 방식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간단하게 pseudo 코드를 작성해내거나, 웹 브라우저가 페이지를 로드하는 과정을 10분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 해달 라거나, Redux의 동작원리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물어보는 등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많이 물어보았는데, 평상시에 시니어의 코드를 그냥 붙여 넣기 하거나, google검색을 통해 돌아가면 그만인 코드를 작성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그 기본원리를 궁금해하고, 정리해왔다면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 주어졌습니다.

 

 

적성/문화 면접에서는 이 회사의 문화에 잘 녹아들 수 있는지, 본인의 가치관과 적성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개발자에게 "소통"의 능력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를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에 부합한 사람인지를 물어보는 질문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정리하며

 

전직을 준비하는 일은 굉장히 고된 일입니다. 저도 10군데 정도의 회사들과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스트레스로 10kg 이상 살이 빠졌고,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등 굉장히 힘들었지만, 면접을 보고, 과제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요청해서 피드백들을 정리하면서, 좋은 개발자에 대한 여러 기준들을 체험할 수 있었고, 개발을 처음 시작한 1년 4개월 동안 내가 얼마만큼 성장했고, 얼마만큼 부족한지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값비싼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는 일은 고된 과정이지만, 그만큼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직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 힘들더라도 결과적으로, 그리고 그 과정 중에서 많이 배우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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